본문 바로가기

지속가능성

전 세계 폐의약품 처리 문제와 우리 생활 속 해결방안

서론: 집안 서랍 속 약봉지가 지구를 병들게 합니다

당신의 집에도 아마 사용하지 않은 약봉지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감기약, 진통제, 연고, 눈에 넣는 안약까지- 한두 번 쓰고 방치된 약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폐의약품’이 됩니다. 문제는 이런 약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하수구나 일반 쓰레기로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고, 약물 내 잔류 성분이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폐의약품은 심각한 환경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법으로 강력한 회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생활 속 실천 방법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폐의약품 문제가 왜 중요한지, 어떤 환경적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안내드리겠습니다.


1. 폐의약품이 환경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폐의약품은 일반 쓰레기나 하수도로 버려질 경우, 약물 성분이 고스란히 자연으로 유입되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항생제, 호르몬제, 진통제와 같은 약물은 물속 생물에게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고, 특정 성분은 분해되지 않은 채 장기간 잔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물고기의 성장 이상, 생식 기능 저하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폐의약품이 토양에 스며들 경우, 농작물에 축적될 수 있으며,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도 깨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들 성분이 고온 소각하지 않으면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재활용 시설에서는 분리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발생 자체를 줄이거나, 회수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 전 세계 폐의약품 처리 시스템 현황

폐의약품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국가는 유럽 국가들입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독일은 모든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무료로 회수하며, 약국에 반납한 약은 고온 소각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심지어 약국마다 ‘환경 담당 약사’를 지정해 시민 교육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 ‘약물 반납의 날’을 지정하여 시민들이 약국이나 경찰서에 폐의약품을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약포장 디자인부터 친환경 처리가 가능한 포장재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약국 수거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률이 낮고 인식이 부족한 점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3. 우리 생활 속에서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법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 약을 가까운 약국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통해 반납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동네 약국에는 해당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 약들은 보건소나 위탁업체를 통해 안전하게 고온 소각 처리됩니다. 알약, 캡슐, 가루약, 연고, 패치류 등 대부분의 의약품이 수거 대상이 됩니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전국 각 지역에 설치된 재활용도움센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재활용도움센터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분리배출 거점 시설로, 폐전지, 폐형광등, 폐의약품 등 유해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는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민은 평일 낮 시간대에 센터를 방문해 폐의약품을 별도 수거함에 안전하게 반납할 수 있으며, 분리배출 교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재활용도움센터 운영 여부는 읍·면·동 주민센터 또는 시청 환경과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단, 주사기, 혈당측정기, 체온계 등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어 일반 수거 대상이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지역 보건소나 병원에 따로 문의해 처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폐의약품은 절대 물에 녹이거나 일반 쓰레기에 섞어서 버려서는 안 되며, 성분이 남아있는 약물은 반드시 반납해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4. 폐의약품을 줄이는 소비 습관 만들기

가장 좋은 처리 방법은 ‘처리하지 않을 약’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약을 처방받지 않고, 최소한의 양만 구매하거나 복용 계획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병원에서는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듣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약을 처방받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일부 약은 대용량보다 소용량 포장 제품을 선택하거나, 리필형 제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안약이나 연고는 1회용 포장 제품보다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 남용을 줄이기에 더 유리합니다. 소비단계에서의 선택이 폐기물의 양을 결정짓는 만큼, 약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사용 후 처리’까지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5. 시민 참여형 캠페인과 제도적 보완 필요성

폐의약품 문제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 지자체, 병원, 약국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 캠페인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폐의약품 수거 캠페인’을 운영하거나, 폐약 반납 포인트제를 도입하여 환경 행동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적 제도 역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약 포장 기준을 최소화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에 대한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며, 불법 폐기의 처벌 규정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와 시민의 실천이 함께 작동할 때, 우리는 ‘집안 서랍 속 위험물’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게 됩니다.


마무리

폐의약품은 그 자체로는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방치되고 누적될 경우 환경에 치명적인 위협이 됩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사용하지 않는 약은 약국에 반납하고, 필요 이상으로 약을 구매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습니다.
지구를 병들게 할 약을, 이제는 안전하게 정리할 시간입니다.